
"아들아, 미안해" - 딸바보 대한민국, 그 씁쓸한 풍경
어릴 적, 명절만 되면 듣던 소리가 있었다. "아들 낳았니? 딸 낳았니?" 아들을 낳았다고 하면 "장하다"는 칭찬이, 딸을 낳았다고 하면 "다음엔 꼭 아들 낳아야지"라는 위로 아닌 위로가 돌아왔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는 '아들 선호 사상'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오히려 "딸 낳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났다. TV 속 육아 프로그램에서도, SNS에서도 '딸바보'를 자처하는 아빠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1. '딸바보'의 탄생
친구 민준이의 이야기는 요즘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민준이는 결혼 전부터 "아들, 딸 가릴 것 없이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첫째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요즘은 딸이 최고"라고 위로했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딸, 서현이. 민준이는 처음엔 서먹해했다. 아들처럼 씩씩하게 뛰어노는 것도 아니고, 인형놀이나 소꿉장난을 좋아하는 서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막막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현이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들고 와서 "아빠, 이거 서현이가 아빠 닮게 그린 거야!"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민준이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고 했다.
그 이후로 민준이는 '딸바보'가 되었다. 서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밤새 잠 못 이루고, 서현이가 좋아하는 핑크색 옷과 인형을 사다 나른다. 서현이가 "아빠 최고!"라고 말하는 한마디에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행복해한다. 민준이는 이제 "아들 낳을 생각 없냐"는 말에 "딸 하나로 충분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2. 왜 '딸바보'가 되었을까?
민준이의 사례는 단순히 개인적인 변화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딸 선호' 분위기가 확산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 감성적인 교류에 대한 갈망: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딸은 아들보다 감성적인 교류에 능숙하고,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민준이처럼 무뚝뚝한 아빠들도 딸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 노후를 책임지는 든든한 존재: 과거에는 아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보편화되면서 아들, 딸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딸은 결혼 후에도 친정 부모를 더 살뜰하게 챙긴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 경제적인 부담 감소: 과거에는 아들을 낳으면 '집안의 기둥'으로 키우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딸도 아들 못지않게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서 활약한다. 오히려 아들보다 '결혼 비용' 등에서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3. "아들아, 미안해" - 씁쓸한 이면
물론, 이러한 '딸 선호' 분위기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위로를 받거나, "아들 낳았으니 이제 딸 낳아야지"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경우도 늘어났다. "아들아, 미안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하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확산되면, 아들을 낳은 부모들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아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딸바보' 아빠들의 모습은 보기 좋지만, 그 이면에 아들이 소외되는 씁쓸한 풍경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들 선호 사상'이 사라진 것처럼, 이제는 '딸 선호'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극복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이를 성별로 평가하는 시대는 이제 정말 끝내야 하지 않을까.
'■Mr.쭈의 무엇이든(?)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재미 리뷰] 잘생긴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 살이 찔 확률 높다? 📰 (9) | 2025.08.15 |
|---|---|
| [사회 리뷰] 🌟 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영포티 (15) | 2025.08.14 |
| [드라마 리뷰] 'S라인' 리뷰: 내 연애사가 공개된다면? 웹툰 원작 드라마가 던지는 충격적인 질문! 🤔 (24) | 2025.07.29 |
| [책 리뷰] 한국 판타지의 위대한 비상, 이영도 작가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 (31) | 2025.07.28 |
| [책 리뷰] 유괴의 날: 유괴범과 천재 소녀의 기묘한 동행, 웃음과 감동 속에 피어나는 인간미 📚✨ (12) | 2025.07.27 |